1월 ~ 3월
회사에 합격을 해서 입사 전까지 아무 걱정없이 신나게 놀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좀 아쉬웠지만 덕분에 집에만 있어야 해서 책 2~3권 더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취업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학부연구생 생활을 재밌게 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란 책을 읽고 그냥 돈을 빨리 모으는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취업을 해서 돈을 벌면 돈을 잘 굴려야 하니까 미리 공부해 두기 위해 주식과 돈 관련된 책을 위주로 많이 읽었습니다. 15권정도 읽은 것 같은데 14권째 책을 읽은 것의 결론은 월 100만원 정도 쓰고 10년 정도 열심히 모으고 투자를 하면 그 이후에는 일을 안하고 하고싶은 일하며 살 수 있겠다 였습니다.
15권중에 14권째로 그 결론을 냈는데 15번째 책으로 생각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이었는데 머릿말부터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일, 저축, 무조건적인 절약, 8%의 주식 수익률 따위에 매몰된 월급쟁이. 대학에 가고, 좋은 성적을 받고,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갖고, 수익의 10%를 주식에 투자하고, 최대한 퇴직연금에 투자하고, 신용카드를 없애고, 쿠폰을 모으고... 그러면 당신이 65세쯤 되었을 때 언젠가 부자가 될 것이다.
14권의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모으고 투자해서 부자가 되면 되겠다 생각을 했는데 65세. 엄청 잘해서 20년 앞당긴다고 해도 45세. 이 때 부자가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평생에 가장 팔팔한 나이에 아끼고 참고 살아야 하는게 맞는건가 싶었습니다.
4월 ~ 부스트캠프 알기 전
4월 ~ 7월 중순까지 회사에 다녔습니다. 회사에서 직무를 정할 때 사업부, 팀을 1지망, 2지망 등으로 선택해서 배치받았는데 정말 운 좋게도 1지망으로 썼던 사업부와 팀에 배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원래라면 신입사원 교육을 입사후부터 6개월간 받게 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집합 교육이 제한되어서 2개월 간 현업에 배치 되었다가 이후에 교육을 진행을 했습니다.
현업에 있는동안 일을 배우고 하면서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대단한 일을 배우고 한 것이 아니라 업무를 100% 이해하고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했고, 최대한 빨리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하게 된 일은 입사 지원서를 낼 때부터 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던 일을 하게 됐습니다. 하드웨어를 이해하고 잘 동작할 수 있도록 C언어로 펌웨어를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하드웨어를 이해하는 것을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고, 소프트웨어쪽을 연계전공하며 코딩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둘 다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이자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좋은 직장에 오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치된 파트도 굉장히 최신 기술을 다루는 쪽이라 정말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추가적으로 정말 좋고 능력있는 직장동료들. 자유로운 출퇴근시간, 대기업 복지, 느껴지는 긍정적인 사회적 시선들 정말 만족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직을 생각하고 퇴직을 하게 된 계기는 회사를 다니면서, 또 10년 뒤를 봤을 때 아쉬울 것 없는 좋은 인생을 산 것일까 생각해봤을 때 "아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하게 되는 기술이 너무 최신기술에 재직하는 기업에 맞춰진 것을 개발하다 보니 회사 밖에선 크게 쓸모 없는 기술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게 될 일이 흥미는 있지만 잡고 계속하는게 성공하는 것과 점점 멀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부의 추월차선"의 영향으로 그 최신기술을 열심히 공부할 역량으로 좀 더 범용적이고 강력한 기술(지금은 웹 프론트 엔드라 생각합니다) 이나 창업 아이템에 역량을 쏟는다면 훨씬 더 큰 성공을 얻을 수 있는데 허튼 곳에 역량을 쏟게 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또 하드웨어가 좋냐 소프트웨어가 좋냐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전 소프트웨어쪽입니다. 맡게된 일은 C언어로만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딱히 소프트웨어적인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건 10년이 아니라 1년만 지나더라도 그동안 공부했던 소프트웨어적 지식이 다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하면서 1년 내에 규모가 작더라도, 연봉이 낮더라도 IT기업으로 이직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퇴근 후 따로 SW공부를 했습니다.
부스트캠프 알게된 후 ~ 부스트캠프 챌린지 수료
사실 위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기업에 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직무 관련 경험인데, SW쪽 경험은 크게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준비를 해서 비교적 입사가 쉽고 도전적인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부스트캠프를 알게 되었습니다. 부스트캠프 교육 프로그램 설명과 후기를 읽어봤는데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멤버십의 그룹 프로젝트였습니다. 신입 지원자 입장에서 직무관련경험을 쌓기 정말 좋은 기회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쌓는다면 네이버와 카카오같은 IT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직무관련 경험으로 충분히 경쟁력있는 경험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스트캠프 지원을 위해서는 자기소개서와 프로젝트 경험을 제출해야 했는데 낼 만한 프로젝트 경험이 없어서 이 부분은 공백으로 냈고 자기소개서를 공을 들여 썼습니다. 문항이 4개정도에 1000자씩이 었던 것 같은데 네 문항 모두 1000자 가까이 취준생이 된 것처럼 열심히 작성해서 냈습니다.
제출을 하고 두 번의 코딩테스트 결과보다 서류합격을 기다리는게 훨씬 떨렸던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경험 뭐라도 긁어서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정말 컸고 경력사항에 재직중이라는 걸 기재했는데 재직중인 사람을 굳이 뽑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떨어뜨리진 않을까 불안감도 컸습니다. 다행히 서류 합격을 하고 두 번의 코딩테스트도 무사히 통과해서 챌린지 과정에 입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멤버십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들
최종 입과 발표가 나고 바로 퇴직절차를 밟았습니다. 회사 입사하고 한 건 교육받은 것 밖에 없어 바로 퇴사하게 되면 회사와 팀원에게 입히는 피해가 큰데도 다들 좋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싶은 걸 한다고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이게 된 것 같은데 그래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게된 선택에 개인적으로는 아무 후회가 없고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이래저래 주위 사람들에게 걱정거리가 된 것 같아 어깨가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중압감에 교육에 더 진지하고 절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포기하고 하게된 선택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챌린지 합격 → 멤버십 합격 → 네카라등의 좋은 IT기업 or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스타트업 입사 인데 멤버십 합격까지 다행히 이뤄내서 다행입니다.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룹 프로젝트까지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으니 이후 과정이 잘 안되더라도 했던 선택에 후회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다음 주부터 멤버십 시작인데 하게된 선택이 무겁고, 노력에 따라 얻을 수 있는게 천차만별로 달라져 보이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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